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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워싱턴 리뷰어

미국 IT 업계와 사뭇 동떨어진 CCTV 업계에서의 경력으로 가지고 어떻게 IT 업계로 이직할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CCTV 업계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이직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서부터이다. 두번째 미국 IT 취업편에서는 미국에서의 나의 첫 직장에 대해서 나눠보려고 한다.  




미국 첫 직장에서 컴퓨터 조립부터 배우다


16년이 지난 지금, 첫 직장에서 요구했던 Job description을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첫 직장에서 요구했던 사람은 기술직이 아닌, 그저 생산직 노동과 흡사했었고, 그로 인해서 특별히 포지션에 대한 요구사항이 없었던 것 같다. 2005년 미국에서 시작한 첫 직장은 한국계 회사였으며 CCTV와 DVR (디지털 비디오 레코더)를 한국과 중국에서 수입해서 납품하는 회사였다. 그 당시만해도 한국은 CCTV와 DVR의 기술이 아주 뛰어났으며, 중국은 아직 한국의 제품을 복사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DVR (디지털 비디오 레코더)는 두가지 형태가 있었는데, 하나는 컴퓨터에 안에 레코딩 카드를 장착하는 형식 그리고 모든 운영시스템이 다 설치되어 있는 펌웨어 형식, 이렇게 두가지로 크게 분류되었다. 회사가 나에게 요구하는 포지션은 이 두가지 형태의 DVR을 조립해서, 배송할 수 있도록 포장하는 작업이었다.



그 당시만 하여도 조립할 수 있는 인력이 나에게 일을 가르쳐준 사수 한명 혼자이었고, 나머지는 세일즈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었다. 두 가지 형태의 DVR 모두, 네트워킹 기능이 되었다. 즉, 원격에서 접속해서 라이브 및 녹화된 화면을 재생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이라는 것에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고, 후에 IT 네트워크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컴퓨터 조립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었는데, 첫 미국 직장에서 컴퓨터 조립을 배웠고, 하루에 많으면 10개 정도를 조립하였다. 컴퓨터 조립이 완성된 후에는 Operating System (Windows) 윈도우즈를 설치하는데, 이를 간편화 하기 위해서 Image 소프트웨어인 고스트 (Ghost)를 사용하였으며, 이 이미지 안에는 필요한 모든 운영체제 및 디지털 비디오 레코더 프로그램이 이미 다 설치 되어 있었다. 즉 직장에서 요구했던 포지션은 단순 작업을 하는 포지션이었지만, 나에게는 사회 첫걸음을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네트워크를 통해서 CCTV 화면을 재생하는 것이 너무도 나를 흥미롭게 하였었다.




이 친구 왜 뽑았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데...


시간이 좀 경과한 후,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지만, 당시 나를 가르쳤던 사수가 사장님께 한 말이 있다. 바로 "이 친구 왜 뽑았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데.." 이다. 하지만, 그 사수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 말은 정말 정답이었다. 나는 이 업계에 대해서 정말 문외한이었으며, 컴퓨터 조립 및 펌웨어 형태의 DVR의 조립도 내 사수가 직접 일일히 가르쳐 주었다. 돌아보면 내 사수의 입장에서는 조금 IT 아니, 컴퓨터에라도 관심이 있었던 친구를 뽑기를 바랬던 것 같고, 사장님의 입장에서는 열심히 조립해서, 납품할 수 있는 단순 인력을 원했던 것 같다.




영어도 중요하지만, 기술로 승부한다


6개월 정도가 지난 후에는 이제는 어느 정도 컴퓨터를 조립하는데, 익숙해지게 되었으며, 간단한 테크니컬 지원도 전화를 통해서 할 수 있게 되었다. 테크니컬 지원의 80% 이상이 원격접속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었다. 또 여기서 새로운 분야인 네트워크를 배우게 되었으며, 첫 직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집에 설치된 라우터도 어떻게 접속하는지도 몰랐던 네트워크 문외한이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원격지에 설치된 DVR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위치한 네트워크 정보를 잘 알아야 했으며, 이와 함께 많은 브랜드의 라우터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지금은 너무도 보편화된 원격 제어 프로그램은 (팀뷰어 혹은 로그미인) 그 당시에는 그리 흔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렇게 리모트로 원격 제어를 하면서 전화로 고객지원을 할 수 있었기에 영어가 조금 부족해도 어려움이 없이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한가지 귀중한 것을 깨달았다. 바로, 영어도 중요하지만, 기술력이 있으면 고객을 압도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테크니컬한 고객 지원 요청이 들어올 경우 첫 1분이 나에게는 고객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시간이다. 즉, 액센트가 있는 내 영어 발음을 듣기 어렵지만, 들으면서 테크니컬 지원을 받을 지, 아니면 원어민과 같이 영어를 잘 하는 사람에게 지원을 넘길지가 결정되었었다.



처음에는 많은 경우 내 영어 발음을 못 알아들어서 테크니컬 지원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곤 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도 오기가 생기면서, 첫 1분 안에 내가 발견한 것을 정리해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테크니컬하게 요약하기 시작하니, 고객들이 불편한(?) 내 영어 발음을 억지로 듣기 시작하였으며, 결국 나에게 많은 테크니컬 지원이 넘어오기 시작하였다. 이때 내가 얻을 결론은 아주 간단했다. 아 더 많이 알아야 하는구나. 지금의 단순한 작업이 아닌 더 복잡한 환경에서도 고객 지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하는구나 였다.



이렇게 하여 나는 시스코 네트워킹을 공부하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를 얻게 되었고, 후에는 CCIE (Cisco Certified Internetwork Expert) 라는 자격증까지 취득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었다.



그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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